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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석파령 너미길, 2011년 새식구들과 함께(1/2)


1. 우리가 걸었던 길

다음지도(local.daum.net)에서 석파령은 아래 A로 표시된 지점이다. 우리가 걸었던 길을 대략 추적해보면 직선거리로 약 10Km정도이다. 실제로는 구불구불 산길을 걸은 동료들은 10이라는 숫자에 억울해 할 지 모른다. 위에서 내려보니 별 일 없을 것 같은 산길로 보이지만 우리는 나름 이렇게 기록할 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좀 더 이쁘고 정확한 거리가 나와 있는 지도를 보자. 석파령 너미길 들어가는 곳에 예현병원이 있다. 그곳에 자그마한 푯말이 서 있다. 우리가 걸었던 길은 지도의 아래로부터 시작하여 석파령을 너머 덕두원리, 그리고  수레너미 고개를 넘어 방동리 마을회관 앞으로 이어지는 대략 15Km 좀 못 되는 길이었다. 길 안내 글에 보면, "경춘국도가 개설되기 전 춘천의 관문이었다"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2. 춘천역에서 만남  

컨설팅팀은 전날 화천 사창리에서 워크샵이 있었다. 향기나라사랑이편션에서 하루를 묶었고, 금요일 저녁은 뜻하지 않게 화천의 토마토축제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다. 워크샵이야기는 따로 쓰기로 하자. 토요일 아침, 컨설팅팀 5명은 화천 사창리에서 56번 국도와 5번 국도를 이어달려 춘천역으로 출발했다. 아래 사진은 우리가 묶었던 팬션이다.


사창리에서 춘천까지 거리는 42Km정도였고, 길은 한산하다. 엘비스수석, 브라이언수석, 나 셋이서 나란히 줄지어 차를 몰고 춘천으로 달린다. 도착하기 전에 전화를 하니 2011 식구들은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이미 춘천 역에 도착. 9시 40분에 춘천역에 도착한다. 춘천역은 참 오랫만이다. 그곳에는 완전히 다른 현대식 역사가 들어서 있다. 내 기억속의 춘천역은 구글 이미지검색 목록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런저런 반가운 인사를 나눈 다음 곧바로 인증샷 한 판 찍고 서둘로 이동하기로 한다. 흠, 인증샷에는 한 명 빼고 모두 참여한다. 그 한 명이 누구일까? 


석파령너미길 출발지점을 놓고 잠시 논의를 한다. 예현병원을 목적지로 하고, 각 차에는 5 명씩 타고, 차량별로 알아서 병원입구까지 가기로 한다. 가는 길 군데군데 옥수수를 파는 상인들이 길가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함께 타고 가던 유리씨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 모두가 흩어져서 한 지점으로 모이는 상황이니 만나서 아침을 해결할 요령으로 그냥 지나친다. 춘천에서 강촌을 지나 당림리 들어가는 길로 들어선다.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집들이 여기저기 외롭게 서 있다. 간간이 지나가시는 어르신 몇 분 밖에 없다. 한적한 시골 마을은 무더운 여름 날에 늘어질대로 늘어진 듯한 분위기이다. 네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이 길을 막아선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투덜거리더니 가는 길을 더 이상 잡지 못한다. 통신감도도 반으로 뚝 떨어진다. 

통화는 제대로 될까?

3. 출발지점 - 예현병원 

시골마을 한 쪽에 예현병원(http://www.ye-hyun.co.kr/)이 단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옆으로 보이는 길이 석파령 너미길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도착하는 순간 대략 난감한 상황. 석파령 너미길은 유명한 길이니 그 입구에는 주차장도 있고 이러저런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나 노점들이 있을거라는 나의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만다. 사진에서처럼 산길 초입은 깔끔 그 자체이다. 지나가시는 어르신께 여쭤보니 길로 들어가면 병원 뒤쪽에 차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다고 하신다. 주차문제는 그것으로 해결되는데, 문제는 아침을 못챙기고 온 동료들이었다.
 


브라이언과 나는 병원 뒤쪽에 주차를 하고, 엘비스는 허과장과 함께 아침거리를 사러간다. 나머지 동료들은 병원뒤쪽 주차장에서 길걷기를 위한 준비를 한다. 30도가 훨씬 넘어가는 기온에 습도가 장난이 아니다. 후덥지근한 열기가 온산을 덮고 있다. 젊은 동료들은 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가 한창이다. 아침을 챙기지 못한 몇몇 친구들이 걱정이다. 

브라이언과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물을 충분히 챙겨야 겠는데요."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바람도 한 점 없이 이런 날에는... " 
 
20여분 후에 엘비스가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온다. 오이와 물과 함께 간식거리를 가져왔다. 한차례 소란이 벌어진다. 각각 필요한 만큼 오이와 물을 챙긴다. 젊은 남자라고 생각되는 동료들은 1.8리터 패트병을 들거나 쵸코파이, 오예스 박스를 챙긴다. 아래 사진 가운데 다섯 사람은 뭐 더 맛있는 것 없을까 하고 끝까지 비닐봉지 곁을 떤나지 않는다(ㅋㅋ). 불행하게도 이 동네는 옥수수를 파는 곳이 없다고 한다. 오는 길가에는 그렇게 많았는데. 아침을 못 챙긴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이나 쵸코파이로 아침을 대신해야 한다.  


열 시부터 걸을 계획이었으나 언제나 그렇듯이 한 시간정도 지체된다. 이제 간식거리도 모두 챙기고... 

아, 참. 여기는 처음 보는 동료들도 있다. 나도 영준씨는 인터뷰 때 보고 오는 처음본다. 잠시 둘어서서 간단한 소개를 시작한다. 배고픈 세 사람(사진에서 확인요^^) 소개하는 사이사이 열심히 오이를 먹고 있다. "저는 000입니다. 지금은 삼성화재 퇴직연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중략] 잘 부탁드립니다... "  

아주아주 재미없는 자기소개가 계속된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왠 절차냐 거두절미하고 빨랑 가자고 하는 것 같다. 

[왼쪽으로부터 영복씨, 강현씨, 가영씨, 대호씨, 유리씨, 엘비스 수석]

신입직원 대열에 외모만 신입직원 한 명 등장, 
잼나는 멘트로 모두를 웃겨준다. (나의 메인메모리가 더위 때문에 기록이 지워졌다.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는 사람은 신고를 해주면, (    요기   ) 기록을 하겠슴)

[외쪽으로부터 준영씨, 영수씨, 외모/자세만 신입사원(허장회 과장), 영준씨, 영복씨]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 미선씨가 자기 소개를 한다. 역시 여직원이 소개를 할 때, 주목율을 항상 100 퍼센트이다. 서 있는 위치나 자신감으로 보니 오늘의 가이드로 나설 듯한 분위기이다. 미선씨가 참여하고 있는 CardBook 개발팀의 PL인 한성영 과장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흠...이건 오디션 분위기....

[왼쪽으로부터 한성영 과장, 미선씨, 종환씨, 다시 준영씨, 영수씨]

4. 출발

소개 가 끝나고 곧바로 밀림 속으로 들어선다. 
처음은 한 무리로 출발한다.
그러나... 

[열기로 가득찬 밀림 속으로]


출발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 선두와 후미의 길이가 길어진다. 
이 사진에서 보이는 순서가 길걷는 내내 유지된다. 
역시 선수는 스타트가 빨라야 한다...

[ 처음부터 뒤쪽에 전세를 얻은 유리씨와 엘비스 수석 ]

길을 덮칠듯이 우거진 녹음은 여름의 한 가운데 와 있음을 말해준다.
비오듯 땀을 흘리며 우리가 걸어 온 길은 멀리 나른한 느낌으로 주저 앉아 있다.
멀리서 보기에 아름다운 길, 
하지만 직접 걷기엔 만만치 않은 길.

산에서 느끼던 그 상쾌함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숨이 탁탁 막힌다. 


브라이언이 앞에서 리드하며, 선두를 앞으로 쭉 빼 준다. 
한 차례 비오듯 땀을 흘리고 약간 평평한 길에 이르자 길안내목이 서 있다. 
두 갈레길이어서 안내목이 없으면 곤란할 뻔 했다. 
왼쪽으로 가는 길은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니 임도인듯하다.  


아이고, 이제 겨우 2.1 Km... 
벌써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강현씨는 거의 땀으로 샤워를 하는 모양새...

[첫번째 휴식, 앞이 캄캄하다. ]

끝에 따라오던 두 사람(위 사진에 없는)이 보이지 않는다. 
기다려서 같이 가자면서 모두 기다린다. 
영수씨는 간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이 나타날 길을 쳐다본다. 
보이지 않는다. ㅠㅠ

바람도 없다. 
그래서 인지,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아, 저기... 유리씨 등장... 

[ 유리씨 등장 ]

다가온 유리씨 손에는,
소형배터리로 동작하는 선풍기가 들려 있었다.
(위 사진을 클로즈업하면 선풍기가 보임^^)

미선씨와 가영씨는 부채는 선택했고, 유리씨는 선풍기를 선택했다. 
유리씨가 지리산을 종주하러 간다면, 그의 남친은 자동차 배터리를 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불쌍한 사람.... 

한 차례 휴식이 끝나고, 
브라이언이 다시 리드를 하기 시작한다. 
길은 풀에 덮여서 흙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발끝에 채이는 풀 때문에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간다.

하지만, 산 정상 쪽으로 가고 있어서인지,
간간이 바람이 분다.
시원한 느낌을 가끔씩이나마 느껴본다.  

[발에 채일 정도로 우거진 풀]

5. 석파령 정상

그렇게 얼마를 가지 석파령 정상이라는 표지목이 서 있다. 
해발 350미터, 
그런데, 날씨 탓에 그 두 배는 더 올라온 듯하다. 
왼쪽으로 등산로가 설핏 보인다. 
계관산과 북배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적혀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쪽으로도 한 번 가봐야겠다... 

[석파령 너미길목의 안내목들 ]

그냥 갈 수 없다. 
인증샷 !!
사람들의 팔 높이가 현재 배터리 잔량으로 보인다. 

[석파령 정상에서 ]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일어섰다. 
후덥지근 한 열기 때문에,
쉬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이 더 시원하다.  

[아름다운 길]

길을 가는 내내, 
풀이 길을 덮고, 
다시 숲이 길을 덮고, 
하늘이 숲을 덮고... 

길이 고개를 내밀고, 
풀이 고개를 내밀고, 
숲이 고개를 내밀고, 

그렇게 하늘이 열리기를
거듭했다. 

열기가 더할 수록 젊은 직원들의 걸음걸이도 빨라지기 시작한다. 



앞쪽에 가는 사람은 앞으로 쭈욱 빠져나가고 뒤쪽에 몇몇이 천천히 걷고 있다. 
점점 대열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뒤쪽에 두 팀이 있다. 

마지막의 바로 앞 팀, 허과장과 영수씨....


아무도 없는 길을 찍었다. 
걸어가면서 디카로 찍어서 흔들리지만, 
그렇게라도 석파령 너미길을 기억하고 또 보여주고 싶었다. 
(많이 흔들리는 화면이라 모니터에서 50cm 이상 떨어져서 보셔야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 뒤로 처진 듯하다. 
스틱의 힘을 빌려 앞으로 빨리 걸었다. 
한 참을 걸어도 앞선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이거 길을 잘못든 것 아닐까.... 
지난 주 "조난의 추억"이 떠오른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져 온다.

6. 휴식과 그늘, 그리고 바람  

더 빠른 속도로 스틱을 치며 나간다. 
모퉁이를 돌아서는 지점에서 짐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먹을 것 있으며 다 꺼내봐,"
"허이구, 여기는 바람이 좀 부네... "
"아, 왜 망고는 아무도 안찾지?" 
다시 망고주스를 주섬주섬 집어넣은 영복씨.... 


아무리 힘들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V를 날려주는 센스

그런데 패션이 좀 난해하다. 

사실은, 
내일 소개팅이 있다. 
석파령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어머님의 특명인가?). 
(반짝이는 피부는 소개팅 성공율을 끌어올린다는 믿음 때문인가?) 
 
 내일 소개팅 성공하길 석파령 산신령님께 빌어줄께.... 


더 이상 걷기 싫은 대호씨, 
다양한 메뉴로 에너지 공급을 끝내고, 
출발신호 만을 기다린다.. 

아, 인생은 왜 이리도 고달프냐.... 
석파령, 난 너를 용서할 수 없따.... 


"유기농 쵸코파이 리미티드 에디션"을 외치는 준영씨,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더운 날에 팍팍한 쵸코파이가 목에 넘어갈까....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어떻게든 가방의 무게를 줄여 볼려고 애쓴다는 비난이 여기저기 쏟아진다... ㅎㅎ

한 개 받아서 먹어본다. 
억, 
바로 한 입에 목이 탁 막혀온다. 
물로 밀어넣을 수 밖에... 

지금은 아무리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도 어림도 없다... 


저기 바로 아래 마을이 보인다. 

한 번 내려가보라고 "강추"하는 브라이언과, 
내려갈 수 없다고 "비추"하는 강현씨의 
아주아주 위험한 장난.... 

결과에 관심이 없는 나머지 사람들.... 

[미선씨와 종환씨의 커플모드 ]

함께 땀을 흘리면 사랑이 싹튼다. 
센스있게 커플모드로 모델이 되어주는 두 사람... 

여기도 역시 V가 있다. 
사진사에 대한 배려는 V로부터 출발한다.... 

한 참을 기다려도 뒤에 오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혹시 다른 길로 가지는 않았을까. 
이런저런 추측들이 나온다. 

큰 소리로 불러보았다. 

"허과장~" 

대답이 없다. 

서너 차례 더 불러 보았다. 

대답이 없다. 

잠시 간의 침목이 흐르고.... 

대답이 들려온다. 

잠시 후 모퉁이로부터 유리씨 등장.... 


늦어서 미안해요, 
역시 "V"를 날려준다. 

그 뒤로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 온다.
모두들 뒤에서 좀 쉬고 온 터라 곧바로 출발한다. 
 


내리막 길은 비 때문에 돌투성이 였다. 
또 다시 바람이 없는 곳을 향하고 있다. 

잠시간의 달콤한 휴식은 어디로 갔는지,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7. 물가에서 

조그만 개울이 흐르는 곳은 지난다. 
브라이언이 쉬었다 가자고 한다. 

모두들 동의하고는, 
곧장 개울가로 달려간다. 


제일 위쪽을 차지한 미선씨, 


바로 아래 쪽에서 고양이의 깔끔 세수를 하는 가영씨, 


그 아래 다수의 남자 사람들... 


어, 시원하다... 


앗, 처음 나타난 오늘의 [카메라]셔터맨...


뒤늦게 도착한 허과장도,
어, 시원하다...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전 휴식 장소에서 마을이 보였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모두들 지쳐있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시원한 바람이 그립다...

투덜대며 모퉁이를 돌아서니 마을이 보였다.
다리에 힘이 솟는다.
걸음이 빨라진다.

그런데,
마을길은 공구리 포장이다.
화천의 산소길에서 우리를 실망시켰던
그 공구리 포장이다.

브라이언이 무릎에 충격이 바로 온다고 한다.
나는 충격보다는 공구리 열기가 싫다.

염소를 키우는,
멋있는 집 하나를 지난다. 
그 집의 뒷산이 예술이다. 
소담스런 꽃봉오리 같은 모양새다... 

개울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에게
식당을 물어보았다. 

바로 코앞에 있었다. 

[덕두원리, 다음 지도(http://local.daum.net)에서]
 

식당은 우리들의 첫번째 목적지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의 첫번째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다음으로 팀을 왜, 어떻게 세 개로 나누었으며,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기대하시라... 
카밍쑤~운.... 


푸른 신록만큼이나 정열적이 우리의 새식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마흔살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