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엔지니어 K가 어느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아키텍트 역할로 참여했다.
프로젝트 규모는 200억대라고 하는데,
프로젝트 끝부분이라 그런지 아키텍트라고는,
중급 엔지니어 한 명뿐이라고 한다.
어느날 K가 괴로워 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영업대표가 달려갔다.
그리고는 남아있는 작업목록이란 것을 들고왔다.
[아키텍트 K의 남아있는 작업목록]
찬찬히 작업 목록을 훑어보던 나는,
답답함으로 가슴이 먹먹해 진다.
개발서버 구축,
배치서버 구성,
운영서버 전환,
에러코드 정의,
마이플랫폼 매핑 유틸 개선,
오즈 리포트 수동 설치,
통합빌드 배포,
서버 운영매뉴얼 작성,
...
모두 세어 보기도 벅찬 목록,
아무리 보아도 공통성이 없는 작업목록,
중급 엔지니어 한 명 데려다 두고,
이 모든 것을 하기 전에는 나갈 수 없다고 했단다.
제대로 못 끝내면 협력업체 평가에 "C"를 준다고 했단다.
K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소프트웨어 설계에 강점을 보이는 엔지니어이다.
IT 강국 대한민국...
그 속에서는 K는 살아남기 위해,
그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일들도 해야 하는가 보다.
아키텍처가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무지한 사람들에 의해,
소프트웨어 전문성이라는 것이 이렇게 유린 당하고 있다.
난,
그 분들의 아키텍처가 도대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마도,
"어느 누구의 일도 아닌 일이라고 하겠지..."
[마흔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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