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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현장통신

1인 개발자의 꿈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은 앱을 거느리고 혜성처럼 다가온다. 앱스토어 1위 개발자의 돈 번 이야기가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수익의 70%를 개발자에게 돌려준다고, 이제 개발자가 진정 실력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과거의 기업 중심의 개발 생태계를 깨고 개발자 중심의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신문들은 그렇게 대서특필한다. 
 
개발자는 꿈에 젖어든다. 십수년 전에 선배들이 가졌던 기회를 이제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한 건만 대박을 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직의 굴레를 벗어나 개인의 자유 속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래서 회사문을 박차고 나가서 1인 개발자의 꿈을 향해, 알토란 같은 적금을 털어 흰색 컴퓨터를 사들고 골방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앱 개발자로서 1인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왔노라고 외친다. 정책자금의 지원이 뒤따른다. 연일 1인 창업과 앱개발을 주제로 하는 기사가 오른다. 지하철 안내 앱, 서울버스 앱, 그리고 앱스토어 1위 앱에 대한 인터뷰가 실린다. 앱 개발에 필요한 컴퓨터, 환경, 절차들이 실렸다. 정부는 1인 창업자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매김하겠노라고 다짐하는 분위기다.  
 


 교육센터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앱개발 1주일 만에 끝내준다고 외친다. 길거리를 지나며 앱개발교육 홍보물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교육센터로 개발자들이 쏟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직장인 그리고 연배가 꽤 되시는 분까지 줄을 선다. 아이디어 하나와 앱 개발기술이면 뭔가 될 것 같은 생각으로 달려든다. 교육센터는 대호황이다. 2000년의 인터넷 벤처 붐이 다시 일어난 듯 하다. 

하지만 1년 남짓 지나자 여기저기 실망스런 뉴스들이 들려온다. 1인 개발 행렬에 동참한 개발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전문 개발조직에서 기획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개발된 앱만이 앱스토어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 네비게이션앱 같은 대형 앱조차도 자금이 넉넉한 기업에서 무료 앱으로 배포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하루가 지나면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다. 수많은 밤을 지세워 만든 앱들이 스마트폰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잊혀져간다. 1인 개발자에게 앱스토어는 더 이상 스토어가 아니라 앱툼(tomb)이다. 

1인 개발자의 꿈은 꿈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요즘 소프트웨어 개발의 특성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인 개발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앱이 실행되는 기기인 스마트폰의 영역이 작으니까라는 말도 설득력이 없다. iOS나 안드로이드나 모두 휴대형 기기에 들어가는 단순한 운영체제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날이 갈수록 소프트웨어 개발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기술성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용자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야말로 1인 개발자가 기획, UI, 서버로직, 데이터, 운영환경 등을 모두 담당할 수 있었다. MS-DOS 시절, 그래서 많은 스타 개발자를 우리는 만날 수 있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화려하고 높은 수준의 기능을 요구하는 컴퓨팅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 프론트 엔드 개발 (디자인 역량을 포함)과 서버 사이드 개발은 서로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프론트 엔드 개발 역시 디자인과 UI 스크립트 개발은 또 서로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기획은 또다른 영역이며, 데이터베이스 설계 역시 독립 영역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유연한 아키텍처 또한 필수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전문영역의 범위는 줄어든다. 경쟁력있는 소프트웨어는 경쟁력있는 전문가들이 모이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이들 간의 조화를 끌어내는 최상의 협업이 필요하며, 이들의 협업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은 개발자가 개발하고, 애플리케이션은 팀이 개발한다. 




함께 성공하는 그래서 함께 행복한 개발자를 꿈꾸며...
[마흔살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