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넥스트리 라는 이름으로 척박한 대한민국의 소프트웨어 토양 위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미래를 꿈꾸면서...
“넥스트리소프트”의 이전 이름은 ”e-BizOn(www.e-bizon.com)”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인터넷 광풍과 함께 회사의 이름 앞에 “e”가 들어가는 것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ebay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때 회사가 외쳤던 슬로건은,
“여러분의 e-비즈니스를 “On” 시켜드리겠습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많이 “On”시켜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초기에 회사가 로고를 여러 차례 변경했었지만 마지막 버전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당시 열 명도 안되는 회사가 무슨 수로 남의 비즈니스를 “On”시켜준다고 했을까 하는 재미나는 의구심도 듭니다. 어쨌든 그 때의 이름으로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고 외치는 외부지향적이라는 점과 시대의 흐름에 따른 유행을 탄다는 단점도 안고 있었습니다. 아래 에피소드처럼 이름을 “이비존”으로 읽는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e-BizOn을 “이비존”이라 발음하고 모든 공문서에 그렇게 표기하는 회사가 있었다. 명함을 드렸고 명합에도 이비즈온㈜라고 분명히 적혀있었다. 현재는 그 회사도 다른 회사에 합병되어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 년간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는데 여러 차례 이야기 했음에도 공식문서 및 이메일에 “이비존”이라고 표기했다. 어느 날 그 회사의 담당 임원에게 최후 통첩 메일을 보냈다. 앞으로“이비존”이라는 표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귀사를 “라이어 시스템즈”라고 표기하겠습니다(그 회사이름은 “라이거 시스템즈”였다)”. 그 이후 모든 문서에서 “이비존”이라는 표기는 “이비즈온”으로 대체 되었다.
2005년2월 가산동 사옥을 마련했습니다. 그 때부터 회사의 미래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 수도 처음 2명에서 어느덧 30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임원들도 마흔 고개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한 결과 우리들의 삶과 미래를 회사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료들의 의견을 모으기도 하고 토의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 다양한 아이디어들과 많은 바램들이 쏟아졌습니다. 회사가 제2의 탄생을 위해 꿈틀거리던 시기였습니다.
사명 변경 작업을 하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1. 회사는 자아실현의 장으로써 개인의 만족과 성장이 중요하다.
2. 회사는 동료와 삶을 함께하는 장으로써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3. 회사는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공급받는 곳으로써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4. 회사는 개인의 현재와 미래의 삶의 안정을 책임져야 한다.
5. 회사는 구성원 모두가 주체여야 하며, 어느 누구도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6. 훌륭한 소프트웨어 인재만으로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7. 회사의 방향은 구성원이 모두가 참여하여 결정한다.
8. 소프트웨어 장인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9. 어떤 경우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함으로써 남에게 보탬이 되어야 한다.
창립 초기의 생각들이 외향적이었다고 하면 제2의 창립을 위한 생각들은 대부분 회사의 내부와 구성원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의 자아실현, 현재와 미래의 삶의 안정에 대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이 구성원을 회사의 기둥으로 생각하게 했고 그 개념을 중심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열띤 토론 끝에 “Tree”라는 주제어를 선정했습니다. 예로부터 인재를 동량(큰기둥이라는 의미)이라고 했습니다. 고운봉 선생의 학도가에 보면 “낙락장송 (落落長松) 큰 나무도 깎아야만 동량(棟粱)되네.”라는 소절에서도 인재를 동량으로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NexTree는 바로 이 동량을 의미하는 “Tree”에 “Next”를 더한 말입니다. Next 는 “다음 세대”라는 의미와 “바로 옆에 있어 기대거나 어울리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NexTree”는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함께 어울려 미래를 열어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아주 현실적인 고민 중에 하나는 현재는 젊은 구성원들로 이루어졌지만 10년 후에는 40대에 진입하게 될 것이고 그럼 그 때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예를 들면, 당시 74년생 구성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이 들이 40대가 되면 누구는 임원이 되고 누구는 개발자로 남아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조직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들 중에 누군가는 역할을 갖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 누구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이들어가기를 바랬었고, 은퇴해서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즉, 우리는 삶을 공유하는 “인생의 동반자”들이고 싶었습니다.
삼각형 모양의 조직에서 모두가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팀을 담당할 관리역할을 수행할 사람과 전문 기술 기반 역할을 수행할 사람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즉, 전문가로서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역할을 가집니다.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전문가 그룹에 있는 구성원은 스스로 역량을 축적하고 그 역량을 기반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조직에 참여합니다. 관리 그룹에 있는 사람들은 조직을 이끌고 키우는 방식으로 조직에 참여합니다.
둘째, 넥스트리 소프트라는 회사를 모태로 소규모의 전문회사를 일정 개수에 이를 때까지 창립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 지면 그 회사에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이 선임됩니다. 새로운 회사에 대한 투자는 모회사인 넥스트리 소프트와 창립회사의 임원들, 그리고 넥스트리 구성원들이 참여합니다. 이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74년생 구성원들의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됩니다. 2, 3명은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어 팀을 리드하고, 3,4명은 전문가 그룹에서 특정 분야에 전문가로서 자신과 회사의 명성을 높일 것이고, 1,2명은 새로운 회사의 임원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1,2명은 아마도 우리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을 것입니다.
팀을 이끄는 한 두명만 조직에 남고 나머지는 떠나야 하는 일반 조직의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시나리오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매우 희망적입니다. 자신의 재능에 따라 열심히 일을 하면 누구나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회사 이름과 회사 미래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나무는 미래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어 갈 우리의 자랑스런 동료들를 의미하며, 그 나무들이 모여서 이룬 숲은 넥스트리 소프트, 넥스트리 컨설팅과 같은 넥스트리 그룹사를 의미하며, 산은 바로 넥스트리 그룹사의 집합, 즉 넥스트리 그룹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60여명 이하의 작고 강한 기업7, 8개 정도로 구성된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넥스트리 소프트, 넥스트리 에듀, 넥스트리 컨설팅, 넥스트리 솔루션, … 이러한 기업의 전체 규모가 300 명을 넘어서면 은퇴하는 사람들과 입사하는 사람들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일치하여 균형있는 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그 이후의 그림은 다음 세대 리더 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나무가 숲을 이루고, 숲은 산을 이룬다.”
아울러 넥스트리의 숲은 국내에서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할 것입니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여기 저기 넥스트리 숲을 보게될 날이 올 것입니다. 넥스트리 숲은 아시아, 유럽, 동남아, 아메리카, 어디에서든 거침없이 자라날 것입니다.
미래의 넥스트리는 역량이 아주 뛰어난 구성원들 그래서 고객이 언제나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전문가들이 가득한 회사, 누구가 한 번쯤 사업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회사, 곳간을 열면 재사용 가능한 컴포넌트가 가득하여 어떤 회사보다 개발 생산성과 품질이 탁월한 회사, 남들이 갖지 못한 인프라 솔루션이 풍부한 회사, 한 번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구성원들의 행복한 노후를 준비하는 회사, 구성원들이 자부심으로 가득한 회사 바로 그런 회사가 될 것입니다.
넥스트리는 지금 하나의 숲으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산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산은 여러 차례 지각변동을 통해 성장해 가야 합니다. 이제 하나의 숲이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습니다. 튼튼하고 건강한 숲이 되어서야 새로운 숲을 잉태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숲 인근에 새로운 숲이 꿈틀꿈틀 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숲을 보호하고 키워갈 인재들도 여러분 속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웅장한 산맥이 되어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커다란 보탬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자리에 있는 여러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래의 리더입니다. 언제 어느 산봉우리의 어느 숲에서 그 숲을 일구어 가는 리더가 될 지 자신만이 알 것입니다. 왜냐면 여러분의 가슴에는 꿈이 하나씩 자라고 있고 여러분은 그것을 보듬어 키워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늘 희망과 비전을 가슴에 품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냅시다. 우렁우렁하게 뻗어 가는 넥스트리 산맥을 향해...
척박한 SW현실에서 비옥한 옥토를 일구는 그 날까지...
[마흔살 엔지니어]
[마흔살 엔지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