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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지

석파령 너미길, 2011년 새식구들과 함께(2/2)


1. 점심 시간 

드디어 식당이다.
산 중에 자리 잡은 식당답지 않게 꾸며놓은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주차공간에 깔린 자잘한 자갈이며 
식당앞 정원이 범상치 않다.  

마당골.

모두들 들어서자 말자 땀을 닦으며 지나온 길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메뉴를 받아 들고 시원한 뭔가를 찾는다.
동치미 막국수가 눈에 띈다. 

모두들 의견일치. 동치미 막국수 ~ 

몇몇은 곱배기로 주문한다. 
열기를 뚫고 넘어온 고개길이 만만치 않았던가 보다. 

잠시 후 난감한 상황 발생. 
막국수는 고기를 먹은 후에 주문하는 후식메뉴라고 하신다. 
어쩐지 앞쪽 정원 분위기가 너무 화려했다... ㅠㅠ 

모두들 더위에 지쳐 고기메뉴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주인 어른이랑 잠시 협상 후에 
동치미 막국수를 내주기로 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전과 막걸리도 주문했다. 


동치미 막국수는 대단했다. 
열기에 들떠 있는 우리를 식혀주기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미선씨의 우물쭈물 건배사와 함께 막걸리도 한 잔 했다. 


다음은 말이 필요없다. 
모두를 고개 숙이고 막국수를 허겁지겁 해치웠다. 

2. 세 팀으로 나누어 진행 

점심식사가 끝나고 나른한 기운이 밀려왔다. 
슬며시 분위기를 떠 보니 일부는 더 이상 걷기 싫어하는 눈치다. 

차는 우리가 출발한 지점에 있고, 
더 이상 걷기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고, 
제 2코스를 향해 더 걷고 싶은 사람도 있고.... 

30초간 대략 난감.... 

팀을 나누기로 한다. 

1팀은 이름하여 선발대, 계속 앞으로 나가 수레너미 고개를 지나 방동리로 진격(?)한다. 리더는 나이 젤 많은 사람. 
2팀은 이름하여 Driver 팀, 온 길을 되돌아가서 차 세대를 끌고 여기로 와서 3팀과 합류한 후 방동리로 와서 3팀과 합류한다. 차 주인이나 운전이 능숙한 직원으로 구성한다. 리더는 브라이언 수석. 
3팀은 이름하여, 개울사수대, 개울에 발을 담그고 2팀이 이 곳으로 오기를 기다린다. 합류하여 방동리로 온다. 리더는 엘비스 수석. 

각 팀별 통신(?) 담당자를 지정하고 통신 담당자의 휴대폰 배터리를 체크한다. 모두 이상이 없다.
통신 담당자 간에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팀을 나눈 후 식당을 나온다.
이제 팀을 나누어 헤어지니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른다.
이별의 눈물(?), 아니 만세 삼창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길을 나서며 우리가 있는 곳을 다음지도에서 찍어 본다. 도착이라고 표시된 곳이 이 길의 출발지점인 예현병원이다. 우리가 403번 국도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당을 나와 마을을 지나는 길모퉁이 꽃이 너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잠시 멈춰서서 꽃을 구경한다. 
순하게 생긴 멍멍이는 우리를 구경한다. 


수레너미 길로 가는 길은 다시 콘크리트 길이다. 
왼쪽으로 개울이 흐르고
개울에는 가족단위로 물놀이가 한창이다. 
아빠와 함께 고무보트를 타는 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행복하다. 


도로는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도로의 열기는 위로 치받고, 
부른 배는 몸을 아래로 늘어뜨린다. 

저 개울가로 뛰어들고 싶다. 


서서히 걸음이 늘어진다. 
시계를 보니 3시 20분이다. 
수레너미 고개를 두 시간 만에 넘는다고 보면 
대략 도착시간은 5시 30분이다. 

가운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좀 더 늦어질것이다. 
속도를 내어야 제 때에 도착할 수 있을거라는 판단이 선다. 
지난번 "조난의 추억" 때문에 약간 긴장감이 든다. 
젊은 선발대원들은 마냥 즐겁니다. 
가영씨의 휴대폰에서 나는 팝이 모두를 즐겁게 한다. 

[앗, 전차종 무이자 및 저리할부 ???]

앞으로 나서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3. 수레너미길


드디어 수레너미 고개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쁜 표지목이 보인다. 
대략 40분 정도 콘크리트 길을 걸었던 것 같다. 
길 입구는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수레너미를 오르는 길 역시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었다. 
왼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꼿꼿하니 보기 좋다. 
한 시간쯤 왔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후덥지근한 느낌은 점심 후에 계속된 까닭에 땀이 많이 흘렀다. 


가지고 온 물도 마시고, 
남아 있는 물을 확인한다. 
영복씨가 PET 병에 든 물을 이사람 저사람에게 나눠준다. 


잠시 휴식 후에 다시 걷는다. 
그런데, 하늘 색이 심상치 않다. 
갑자기 먹구름이 뒤덮히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저마다 우비나 우산을 꺼내서 무장을 한다. 
난... 
아무 것도 없다. 
비쯤은 맞아 주는 용기(?)로 살아온 세상이라.... 

영복씨가 큰 우산을 가지고 와서 함께 쓴다. 
빗줄기가 너무 거세어 져 걸을 수가 없다. 
여덟 명은 한 곳에 모여서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린다. 
십여분을 그렇게 기다렸지만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그나마 약간 잦아들었다. 
기념 촬영 후에 그냥 걷기로 한다. 
가영씨가 종량제 봉투 비슷한 우의를 가져왔다. 
기념촬영은 바로 이 봉투를 위한 것이다. 
사진의 앉아 있는 모습도 봉투에 ~~를 담아서 아파트 담벼락에 기대놓은 모습....
(폭우에 우의가 없어서 셔터맨의 똑딱이는 비닐팩에 담겨 배낭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이후 도로포장을 위해 넓히기 공사를 끝낸 길이 계속되었다. 
이 멋진 산을 왜 이렇게 파내야만 할까?
수레너미 길 정상까지 도로포장을 하다가 만 상태다. 

그냥 산을 그대로 두고,
사람은 산을 돌아가면 안될까.
차도 있는데...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생채기가 난 산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 

산은 그렇게 생기려고 수 억년의 세월을 지내왔는데
사람을 한 두달 만에 길을 파고 뚫어 버린다. 
자연이 겪어온 세월의 무게와 의미를 조금이라도 새겨보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비가 잦아든다. 
간혹 뿌리는 빗줄기는 숲속이라 별로 느낌이 없다. 

고개 너머 길은 자연상태 그대로다. 
아마 정상까지만 공사를 진행하고
어떤 이유에서인가 멈춘듯 하다. 

제발 여기서 그쳐주길 바란다. 
고개 너머 길은 그야 말로 시골의 산길 그대로였다. 
푹신푹신한 낙엽이 쌓여있는 길은 미끄럽기는 하지만 
콘크리트 길을 걷는 것 보다는 훨씬 좋았다. 

신발로 들어간 빗물이 
내리막길을 걸으니 신발등 쪽으로 쭉쭉 밀려나왔다. 
그렇게 절벅거리며 계속 걸었다.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었지만, 
너무나 세차게 내리는 비에
모두들 흠뻑 젖어 버렸다. 

아까 잠시 쉰 후로 한 시간여 지난 것 같다. 
잠시 휴식하기로 한다. 
비도 거의 그쳤고, 
비맞으며 걸어서 그런지 출출하다. 
마침 원두막 처럼 생긴 곳을 발견한다. 


저마다 가방에 들어있는 먹을 것들은 꺼내어 나눠 먹는다. 
영복씨의 망고주스가 드디어 다 팔린다. 
비가 오니 준영씨의 자외선 공포도 사라지고, 
저 뒤에 용준씨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사진 확인하고 깜짝 놀랐음)
그치지 않는 미선씨의 V, 
특대 사이즈의 종량제봉투를 뽐내는 가영씨, 
영수씨가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 준다. 

통신을 담당하고 있는 영수씨가
한과장과 연락을 한다. 
2팀은 3팀과 합류하여 우리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한다. 

다섯 시가 넘으면서 어둑어둑해지는 듯하다. 
서둘러 걸어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은 풀이 많이 나 있다. 
주변에 밭들이 있어서 그런지 길은 넓다. 


아래로 내려오니 지난 장마가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개울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느 곳은 길이 사라지고, 
어느 곳은 물을 건너야 한다. 
돌을 던져서 징검다리를 만들고 건넌다. 


드디어 방동리 마을 회관을 지나고 합류지점인 방동1리 버스정거장에 도착했다.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 

다시 V로 우리가 건재함을 알린다. 


4. 재회 그리고 출발

잠시 후 드라이버 팀이 SUV 차량을 이끌고 등장한다. 
비상 깜박이를 켜고 등장하는 모습이 멋있다.


잠시 즐거운 대화시간을 가지고
시간이 늦은 까닭에 서둘러 길을 나선다. 
저녁식사는 차량별로 해결하기로 한다. 

1팀 모두가 비에 흠뻑 젖어서 단체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잠시 떠나기 전 인증사진 한 컷... 


서둘러 출발했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차량행렬... 
해 떨어지고 한참 지나서야 서울에 도착한다. 

막히는 덕분에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잼나는 시간을 덤으로 가진다. 


8월 6일 하루는 새식구들과 함께 그렇게 저물어 간다. 
"우리 다음에는 울릉도 갑시다.... " 


[마흔살 엔지니어]